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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발바닥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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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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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발바닥 개발

도마뱀붙이처럼 거친 벽면에서 활동 가능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벽에 도마뱀이 붙어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도마뱀이 아니다. ‘도마뱀붙이’라고 하는 파충류다. 게코! 게코! 하고 운다고 해서 영어로 게코(gecko)란 이름이 붙었다.

이 동물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독특한 신체 구조 때문이다. 특히 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릴 수 있는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은 과학자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게코 테이프(gecko tape)’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탠포드 대학은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에 나 있는 강모의 특성을 응용해 접착력이 매우 강하면서 쉽게 붙였다 떼어냈다 할 수 있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또 다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이다.


과학자들이 도마뱀붙이 발바닥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릴 수 있는 발바닥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도마뱀붙이 발바닥을 확대한 모습. ⓒWikipedia

울퉁불퉁한 벽면에서도 걸어 다닐 수 있어

16일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스탠포드대, UCSB 등의 다국적 연구팀은 그동안 사람처럼 토마토나 병, 그릇 등을 부드럽게 감쌀 수 있는 로봇 손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민하던 중 도마뱀붙이 발바닥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발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μm), 지름 5∼10μm의 강모(剛毛)가 수백만 개 배열돼 있다. 각각의 강모는 다시 수백 개에 달하는 주걱 모양의 섬모(길이 1∼2μm, 지름 200∼500나노미터)로 갈라진다.

이 강모 하나 하나마다 ‘반 데르 발스의 힘(Van der Waals forces)’이 작용하고 있다. 원자나 분자 사이의 작용하는 작은 인력(引力)을 말한다.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작은 힘이지만, 수백만 개가 동시에 작동하면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수십억 개의 강모를 만들면 도마뱀 무게의 수천 배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이런 원리로 막스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은 극세사(microfibers)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극세사가 밀집된 발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벽면에 붙어있을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았다. 그러나 의도했던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평탄한 벽면에서는 강한 접착력을 발휘했지만 울퉁불퉁한 벽면에서는 강한 접착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도마뱀붙이처럼 어떤 벽이든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울퉁불퉁한 벽면에서도 접착이 가능해야 했다. 고민하던 연구진은 도마뱀붙이 발바닥을 그대로 모방하려던 생각을 포기했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합성물질을 만들었다.

연구진이 ‘FAM(fibrillar adhesives on a membrane)’이라고 부르는 물질을 말하는데 멤브레인을 이용한 섬유질 접착제다. 집게(gripper) 모양을 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고무로 만든 작은 깔때기들로 덮혀 있다.

로봇 외에 전자장비, 의약품 개발에도 활용

이 깔때기들은 외부와 연결된 작은 공기펌프와 연결돼 있는데, FAM이 외부와 접촉하게 되면 깔때기들로부터 공기가 배출된다. 공기가 배출된 FAM은 곧 납작해지고, 어떤 벽면(물질)과 닿아 있던지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도마뱀붙이 발바닥을 연구해 왔지만, 접착력만 생각했지 벽면의 윤곽을 고려한 연구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벽면의 윤곽에 관계없이 접착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 최초의 사례다.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사람 손과 같은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은 물론, 실제로 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 제작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UCSB의 킴벌리 터너(Kimberly Turner)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기계공학자이면서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인 메틴 시티(Metin Sitti) 박사는 “FAM 기술을 매우 섬세한 전자장비, 그리고 자동차와 같이 구조가 복잡한 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사는 또 “사람의 장기를 다루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물론 로봇 개발에 적용할 수 있으며, 벽면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을 비행 중인 항공기, 혹은 원자력발전소 시설 등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UCSB의 기계공학자 엘리엇 호크스(Elliot Hawkes) 교수는 “FAM이 수십만 번 사용해도 기능이 손상되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1 kg이 넘는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가격 역시 다른 유형의 물질보다 적게 든다”고 말했다.

메틴 시티 박사는 “향후 FAM의 기능을 더 발전시켜 더큰 FAM을 만들고, 상용화 하는데까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FAM의 내구성과 접착력을 더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팀은 당장 산을 오르내리는 로봇 개발은 힘들겠지만 사과, 병과 같은 물건을 사람처럼 부드럽게 힘주어 감쌀 수 있는 로봇 손 개발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 속에는 인간이 알아차리기 훨씬 오래전부터 각종 첨단 과학이 숨어 있었다.

그동안 자연을 가장 잘 이용해온 분야는 로봇 공학이다. 인간을 닮은 것이 로봇이지만 사람에게 없는 동·식물의 기능을 모방하게 되면 이 로봇은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5.17 ⓒ ScienceTimes